오늘부터 오산시는 나흘간의 일정으로 ‘2025 을지연습’을 실시한다. 국가적 차원의 비상 대비 훈련이지만, 그 의미와 효과는 결국 지역 현장에서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 이번 훈련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의례적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산시가 이번 을지연습을 통해 진정으로 점검해야 할 것은 시민 안전망과 지역 거버넌스의 현실이다.
안명수 (주)로아종합건설 회장
최근 오산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경험했다. 서부우회로 인근 옹벽 붕괴 사고는 도시 기반시설 안전 점검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웠고, 한 아파트 단지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주거 안전과 재난 대응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도심 곳곳에서 늘어나는 전기차 사용은 새로운 위험 요소를 불러온다.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례는 충전시설 안전 관리와 초기 진화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오산시는 을지연습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 예방 등 첨단 재난 대응 시스템도 사전에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충전소 안전검사, 화재 진압 장비 확충, 소방대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훈련의 과정에서도 오산시는 몇 가지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실전성 강화다. 보고와 형식적 점검에 치우친 훈련은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기 대응, 기관 간 협력, 피해 복구까지 단계별 시뮬레이션을 치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둘째, 민·관·군·경 협력 체계의 재정립이다. 위기 대응은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력·통신·교통 등 주요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민간 기업, 긴급 구조를 담당하는 경찰과 소방, 그리고 군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위기 대응은 요원하다. 오산시는 이번 훈련을 통해 협력 구조의 허점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제 상황에서도 곧바로 작동할 수 있는 공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시민 참여 확대가 필수다. 지금까지의 훈련은 대부분 공무원과 기관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시민은 안내를 받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렀다. 그러나 실제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행동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시민이다.
따라서 이번 을지연습은 주민 참여형 대피 훈련, 청소년 안전 교육, 취약계층 맞춤형 대응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시민이 직접 체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확장되어야 한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 대상 안전교육과 생활 속 예방 캠페인을 병행한다면 훈련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끝으로, 이번 훈련은 단순히 며칠간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나흘간의 훈련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제도와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 강평과 평가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향후 안전정책의 밑거름이 될 때 비로소 훈련의 가치는 살아난다.
2025 을지연습은 오산시가 시민 안전과 지역 거버넌스의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훈련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소비되는 대신, 지역의 실질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한층 높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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