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매년 같은 자리에 피지만, 결코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짧은 시간 화려하게 피어올랐다가 미련 없이 꽃잎을 떨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잎을 틔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벚꽃을 보며 아름다움뿐 아니라 ‘순환’과 ‘겸손’을 함께 떠올린다. 요즘 정치의 모습을 돌아보면,
경기인뉴스 박선경 기자 단순한 자연의 이치에서조차 너무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정치는 본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정치인의 자리 또한 영원히 점유하는 권력이 아니라, 일정 기간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이 당연한 원칙이 자주 흐려진다. 권력은 내려놓기보다 지키려는 대상이 되고, 공직은 봉사보다 생존의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신뢰는 점점 깎여 나가고, 정치에 대한 냉소는 깊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벚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벚꽃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절정의 순간에 스스로를 내려놓고 다음을 준비한다. 정치 역시 그래야 한다.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면 미련 없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건강한 정치의 모습이다.
깨끗한 의정활동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서 드러난다. 투명한 의사결정, 시민과의 꾸준한 소통, 이해관계로부터의 거리 유지,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는 태도. 이러한 기본이 지켜질 때 정치인은 비로소 ‘신뢰’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 신뢰는 쌓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언제 내려올 것인가’를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치가 순환하지 않으면 썩는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관성을 낳고, 관성은 변화를 가로막는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벚꽃이 지고 새순이 돋듯이, 정치 역시 세대와 생각이 자연스럽게 교체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시스템이 된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벚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자연의 순리 때문이지만, 정치의 순환은 시민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잘한 정치인에게는 박수를 보내되, 그가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인물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는 용기. 그것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정치인을 바꾸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판단이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완벽하게 벚꽃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그 방향을 지향하는 문화는 만들어야 한다. 권력에 연연하기보다 역할에 충실하고, 임기를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음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질 때, 우리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가장 빛나는 순간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치인이라면 그 질문 앞에서 더 엄격해져야 한다. 아름답게 피는 것만큼이나, 아름답게 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벚꽃처럼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사회.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잎이 자라나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정치는 어쩌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연이 이미 보여주고 있는, 그 단순하고도 분명한 원칙을 따르는 것. 그 시작은 ‘언제 내려놓을 것인가’를 아는 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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