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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 그런데 한국의 K-공익광고는? - 공익광고, 한류의 그늘에 가려진 부끄러운 현실 - <칼럼>이화여대 유승철 교수
  • 기사등록 2025-08-04 1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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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K-뷰티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류의 위력은 이제 문화를 넘어 외교와 경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익광고는 어떤가? 한류 열풍 속에서도 여전히 낡은 틀에 갇혀 세계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다. 


이화여대 유승철 교수

이것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심각한 모순이다. 우리의 드라마와 음악, 영화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 시점에, 정작 우리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담은 메시지는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국경을 넘기는커녕 국내에서조차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32년간의 공익광고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현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0년 이후에나 겨우 '디지털', '소셜미디어'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이미 10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의 한복판에 있었는데, 우리 공익광고는 이제야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것이 과연 K-컬처의 본고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젊은 세대가 외면하는 우리 공익광고의 현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종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우리의 공익광고는 여전히 TV 속 일방적 메시지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 열광하는 K-pop 아이돌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와 비교해보라. 우리 공익광고의 메시지 전달 방식이 얼마나 구태의연한지 금세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은 이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메시지에 더 큰 감동을 받고 있다. 환경 보호를 외치는 인플루언서의 한 마디가 정부의 공익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공식적인 공익광고는 뒤처지고, 비공식적인 소셜 메시지가 앞서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공익광고가 여전히 20세기 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 전달, 권위적 톤, 획일적 메시지. 이런 방식으로는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들은 참여하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공익광고는 여전히 그들을 수동적 수용자로만 바라보고 있다.


세대 감수성으로 논란이 되었던 '알파벳에 대한 편견' 공익광고(2022)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한참 뒤처진 우리의 현주소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의 뒤처진 현실이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의 Ad Council은 이미 10년 전부터 소셜미디어 플랫폼별 맞춤형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과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접근법으로 공익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AC 재팬은 어떤가? 동일본 대지진 당시 보여준 신속하고 감동적인 대응은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재해 상황에 맞는 맞춤형 메시지,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 이 모든 것이 평소 축적된 연구와 시스템의 결과였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지시적인 메시지만 반복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단조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젊은 세대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시도도,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맞춤형 접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구 투자의 격차다. 미국 Ad Council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은 우리 돈으로 수백억 원에 달한다. 영국 정부는 공익광고 효과성 향상을 위해 별도의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2년간 발표된 논문이 고작 179편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연구 투자의 절대적 부족을 의미한다.


AI 대전환의 시대, 아날로그에 머문 공익광고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넷플릭스는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구글은 검색 패턴을 통해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한다. 


이런 기술들이 이미 상용화되어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우리 공익광고는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똑같은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개인화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나 효과적인 공익광고가 가능할까?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기후변화 메시지를,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금연이나 운동 관련 메시지를 맞춤형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이 선호하는 플랫폼과 언어로, 중장년층에게는 그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용자 행동 분석, 효과 측정 방법론, 플랫폼별 최적화 기법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연구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다는 점이다. 5G 네트워크,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속도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혁신적인 공익광고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시스템의 문제다.


선정성 논란이된 2015 공익광고동상 수상작 '손인형'

한류의 성공 공식을 공익광고에 적용할 때


한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창의성, 품질,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이었다. K-pop은 서구의 팝 음악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고 한국적 정서와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 K-드라마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공익광고도 마찬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서구의 모델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혁신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연구와 실험이다. 


한류 콘텐츠들이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기획사들은 트렌드 분석에서부터 해외 시장 조사, 팬덤 연구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공익광고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수용자 행동 분석,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론 개발 등에 체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공익광고가 탄생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공익광고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이 절정에 달한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사회적 가치와 메시지도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BTS가 유엔에서 전한 메시지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처럼, 우리의 공익광고도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공익광고를 정부의 홍보 수단 정도로 여기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익광고는 우리 사회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한류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에게는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창의력과 역량이 있다. 이제 그 힘을 공익광고에도 쏟아부을 때다. 연구에 투자하고, 시스템을 혁신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익광고도 한류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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