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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익광고 , 이대로 좋은가 ? - 40 년 세월에 갇힌 대한민국 공익광고의 민낯 - 이화여대 유승철 교수
  • 기사등록 2025-07-29 17: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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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공익광고가 시작된 지 벌써 40여 년이 흘렀다. 1981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KOBACO)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된 우리나라 공익광고는 그동안 수많은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40년의 세월 동안 얼마나 발전했을까? 최근 32년간 발표된 179편의 관련 학술논문을 분석해본 결과, 놀랍게도 우리 공익광고의 현주소는 그리 밝지 않다. 연평균 5.6편. 이것이 지난 32년간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공익광고 관련 학술논문의 숫자다. 한 해에 겨우 다섯 편 남짓한 연구가 전부라는 얘기다. 광고학, 커뮤니케이션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전 학문 분야를 통틀어서 말이다. 이것이 과연 한국의 경제·문화적인 규모에 적합한 수준일까? 미국의 Ad Council이나 일본의 AC 재팬 같은 선진 기관들이 매년 수십 편의 연구보고서와 학술논문을 쏟아내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구의 질적 수준이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를 '기초 연구 단계'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의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효과 연구'가 본격화되었고,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방법론 다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2020년 이후에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가 등장했으니, 세계적 흐름에 비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연구개발 부족이 낳은 악순환의 고리


연구개발이 부족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창의성이 사라진다. 창의성이 사라지면 효과가 반감된다. 효과가 반감되면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다.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 다시 연구 투자가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우리 공익광고가 빠져 있는 악순환의 고리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익광고 연구의 주요 토픽을 분석해보면, '메시지 전달'(18.4%), '효과 연구'(16.2%), '사회문제'(14.1%) 등으로 나타난다. 언뜻 보면 균형 잡힌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깊이 있는 이론 연구나 혁신적인 방법론 개발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활용, 개인화 기술 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는 단순히 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은 곧 실무진의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진다. 체계적인 연구 없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캠페인 기획이 불가능하고, 효과 측정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결국 감에 의존한 제작, 관습에 따른 집행, 형식적인 평가가 반복될 뿐이다.


조직의 구조적 한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학술연구 부족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공익광고 담당 조직의 구조적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공익광고는 사실상 KOBACO라는 공기관이 독점하고 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KOBACO가 기획부터 제작, 송출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 문제는 독립성의 부재다. KOBACO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서 정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는다.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주요 인사, 예산 배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공익광고가 나올 수 있을까? 답은 명백하다.


더욱이 재정 구조도 문제다. KOBACO의 공익광고 예산은 전적으로 방송광고 판매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광고시장이 위축되면 공익광고 예산도 줄어들고, 정부가 예산을 조정하면 공익광고의 규모와 방향이 좌우된다.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독립적이고 지속적이며 창의적인 공익광고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력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담당자들이 순환 보직으로 운영되어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 공익광고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필요한 깊이 있는 노하우나 창의적 역량을 기르기도 전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일이 반복된다.


 민간 광고 업계와의 인력 교류도 제한적이어서 최신 트렌드나 기법을 습득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집행한 여러 공익광고들이 시청자의 비판 가운데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세계 선진국의 공익광고는 이미 앞서가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과 달리, 세계 선진국은 이미 공익광고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Ad Council은 민간 주도의 독립적 운영으로 창의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의 AC 재팬은 회원제 협력 시스템으로 업계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영국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 모델로 효율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선진국들이 모두 공익광고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조직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행동경제학, 심리학, 데이터사이언스 등 최신 학문 성과를 적극 활용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40년 전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는 부족하고, 조직은 경직되어 있으며, 전문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공익광고 관련단체로고

변화의 시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공익광고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고, 조직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며,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익광고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공익광고는 정부의 정책 홍보 수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가치 창조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국민들의 신뢰와 관심을 얻을 수 있다.


4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조직 운영의 근본적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공익광고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 세계는 이미 앞서가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뒤처져 있을 것인가? 공익광고의 미래는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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