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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나이 77세, 다섯 노인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만나다 - DMZ국제다큐영화제, 오는 22일 ‘영상으로 쓰는 생애이야기’ 수료작 상영회 개최
  • 기사등록 2017-11-16 0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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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청
[시사인경제] (사)DMZ국제다큐영화제는 ‘영상으로 쓰는 생애이야기’ 수료작을 오는 22일 저녁 7시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 6관에서 상영한다.

‘영상으로 쓰는 생애 이야기’는 ‘자기 기록’과 ‘자기 역사쓰기’를 주제로 개인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고양, 파주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총 5명을 선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평균나이 77세, 5명 참가자들의 이력과 면면도 흥미롭다. 올해 90세인 최고령자 조용서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시대와 북쪽의 공산치하를 겪고 1.4 후퇴때 월남을 했다. 사업 실패 후 40세 후반에 맞은 70년대 중동붐의 물결을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무슬림이 됐고 세례명도 받았다. 무하마드 오스만.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카메라를 들었다.

조명녀(78, 여)씨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났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징병을 피해 바다 건너 중국으로 가족과 이주했다. 척박한 땅, 중국 사평에서 농사를 지으며 해방을 기다렸던 가족은 매일 밤 찾아오는 마적단에 숨 죽여야 했다. 해방을 맞이하고는 삯바느질을 하다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집을 떠나 자식 딸린 남자와 재혼을 하며 힘든 시절을 보냈다. 첫 남편과 25년 만에 해후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영(76, 여)씨는 목회자다. 양반집에서 태어나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삶이었다. 남편은 보스톤 한인교회의 목사였다. 이후 남편의 귀국과 함께 미연합감리교회로부터 모국선교사로 파송됐다. 이때 그는 고국 여성의 삶에 눈을 돌리게 되지만 한국의 보수교단은 여성들에게 목사안수를 거부했다. 1989년, 그녀는 여성교회 창립목사가 됐다. 그리고 ‘구로공단 여성노동자의 삶’과 ‘기지촌 여성’들과 함께 했다.

장재용(76, 남)씨는 부농의 자식으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해방과 6.25를 겪으면서 조부모와 형님과 누이를 잃었다. 3.15부정 선거 때 모인 시위대의 인파 속에도 있었다. 그의 옆 여학생이 공권력의 총에 맞아 눈앞에서 숨졌다. 살기 위해 달렸다. 전역 후 사업에 실패했지만 부동산 투자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내 덕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그는 아내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한상연(66, 여)씨는 회한이 많다. 결혼 후 엄혹한 시집살이를 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편과 집을 나와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중 주식에 눈을 떴다. 혼자 벌어 자식들을 사립학교에 보냈고, 박사에 석사에 힘껏 가르쳤다. 성공한 아내, 성공한 어머니임에도 공허한 마음은 시어머니와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은 인생은 나를 사랑하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다섯 명의 삶에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전후의 생존투쟁, 독재와 압축성장, 여성의 고난한 삶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키워드가 흐른다. 이번 상영회는 역사와 개인의 삶이 만나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기록될지 확인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상영은 전석 무료이며 상영 후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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